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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크래프트 맥주

 

yes24 제공

 

 

  언젠가 맥주의 맛 뿐 아니라 맥주에 얽힌 이야기와 철학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사람과의 교감과 이야기를 위해 국내 맥주 양조장이나 브루펍을 다니곤 한다. 병이나 캔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생맥주의 질감은 덤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인간이란 본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릇 이야기를 통해 세상과 교감하고 무생물에게 인간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맥주에 관한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맥주는 잔에 갇혀 그저 마셔질 뿐인 단순한 액체가 아니라 어떤 초월적이고 개념적인 존재로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동네 크래프트 맥주>는 7명의 작가가 전국을 돌며 수집한 국내 양조장들의 역사와 철학을 엮은 책이다. 책에서 등장하는 29개의 국내 양조장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우리 보리로 맥주를 만들어 한국 보리의 힘을 알리고 새로운 맥주를 만드는 'UF비어', 강릉의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주민들의 쉼터가 되는 '버드나무 브루어리' 등 뚜렷한 철학을 가진 양조장이 있는가 하면, 어머니의 '흑마늘 맥주'를 마시고 지역 홉 농장과 맥주 공방을 만든 '호피홀리데이'와 맥주 만들기 동호회에서 만난 '양조 고인물'들이 만든 '을지로 외계인' 등의 기막힌 역사를 가진 양조장도 있다. 

 

  책을 읽고 집에 있는 맥주를 마셔보니, 맥주의 맛을 감상하며 양조사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됐다. 이야기를 통해 맥주는 나에게 더 특별하게 와닿았고 교감이 가능하게 됐고, 이전에는 모르던 맛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맥주를 둘러싸고 있는 이야기의 힘이 전달된 것이다. 맥주가 아무리 좋아도 보이는 맥주마다 전국을 돌며 양조장을 다니기 쉽지가 않다. 이 책은 그래서 전국 양조장을 대신 방문해 수많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리고 가까운 것부터 차차 다녀본다면 맥주가 특별해지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국내의 수도권 밀집 현상이 줄어들어 맥주가 각 지방의 색을 대표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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