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트라페 트리펠 / 트라피스트 에일 / Bierbrouwerij De Koningshoeven / ABV 8.3%
거품이 굉장히 많습니다. 최대한 살살 따르다가 마지막에 조금 올렸는데 헤드가 굉장히 두껍게 형성이 되고 유지력도 상당합니다. 색은 밝은 황금색이고 향으로 가득차 있음을 뽐내는 듯 불투명하고 두꺼운 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나나, 정향이 물씬 납니다. 향이 굉장히 강해서 향만으로도 술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맛을 보면 달큰하고 몰티한 맛이 무겁게 나고 신비로운(?) 건포도와 꽃 향기가 혀를 감쌉니다. 그러다가 끝에 호밀빵과 같은 향이 다시 치고 올라옵니다. 혀와 목에 향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마지막까지 길게 여운을 즐길 수 있습니다. 도수는 8.3이나 전혀 의식하지 않고 마실 수 있습니다. 아마 맥아의 묵직한 한 방과 아로마 때문에 잘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맥주를 마시고 남는 오묘한 향을 느끼고 있노라면 뭔가 신성한 기분이 느껴집니다. 저는 과거 카톨릭 신자이기도 했습니다.
맥주는 10도 정도의 상온보다 약간 시원한 정도로 마셔야 하며, 담백한 치즈와 잘 어울릴 듯 합니다. 트리펠은 triple이란 뜻으로, 라 트라페 맥주는 싱글 - 더블 - 트리플 - 쿼드루플의 라인업이 있으며 갈 수록 향이 풍부하고 도수 역시 높아집니다. 저는 트리플이 딱 좋아서 트리플만 마시는 주의입니다.
라 트라페는 네덜란드 수도원의 벨기에 스타일의 맥주입니다. 라거/에일의 대분류를 따지자면 에일이긴 하나 수도원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특별히 '트라피스트 에일'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트라피스트(trappist)란 가톨릭의 시토수도회의 다른 이름으로, 17세기에 아르망 장 르 부티에 드 랑세(Armand Jean le Bouthillier de Rance)라는 수도승이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세운 라 트라프(La Trappe) 수도원에서 종파를 개혁했다고 하여 거기서 Trappist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맥주에서 트라피스트란 트라피스트 맥주로 인정 받은 것들을 가리키는데, 정확히는 국제 트라피스트 협회 (International Trappist Association, ITA)에서 Authentic Trappist Ale로 인정한 맥주들을 가리킵니다.
Authentic Trappist Ale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모든 제품은 수도원 근처에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 승려 또는 수녀가 감독하고 생산해야 합니다.
- 이익은 수도원 공동체와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연대 또는 개발 프로젝트 및 자선 활동을 위해 사용되어야 합니다.
현재 트라피스트 인증 맥주는 Chimay, Engelszell, La Trappe, Orval, Rochefort, Tre Fontane, Tynt Meadow, Westmalle, Westvleteren, Zundert 의 10종입니다.
라벨 뒷면을 보면 트라피스트 인증 마크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라벨 뒷면에 써진 소개 글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라 트라페 프리펠은 클래식하고 강력한 트라피스트 에일입니다. 하얀 헤드를 가진 황금색을 띄고 있습니다. 사탕처럼 달콤하고 가벼운 몰티함이 특징입니다. 서빙 온도는 10~14도입니다.
라 트라페 트리펠은 Berkel-Enschot에서 만든 진짜 더치 에일입니다. 이 맥주는 1884년부터 Onze Lieve Vrouw van Koningshoeven 건물에서 양조되어 왔고 지금도 여전히 트라피스트 수도승들의 감독과 책임 하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익의 일부는 기부단체에 기부됩니다. 이 오래된 원칙들 덕분에 신성한 침묵의 다채로운 역사를 가진, 그 무엇도 흉내낼 수 없는 맛을 가진 진정한 에일이 만들어집니다. 침묵을 맛보십시오.
여기서 침묵이란 사순절 때 행하는 침묵을 뜻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며 수도승들은 이 시기에 침묵 또는 단식을 하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