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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홀리 마운틴 (1973),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인간은 모순적이다. 육체에 갇힌 신성한 이성은 어느 때는 잘 유지되다가도 감각의 농간으로 무너지고 흔들릴 때가 있다. 그 이전에 이성이 그렇게 고결하긴 했던가.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사는 것을 특별하게 여기며 규범에 순응하고 속죄하며 사는 것은 오만이다. 진실되고 아름다울 필요가 없다는, 그럴 만한 존재도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며 왜곡된 과거가 뭉친 응어리를 단죄하며 바다 속에 던져버리면 한결 가볍게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육체와 욕망을 벗어던지며 가벼워짐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호화스런 이미지로 점철돼있으니 이 역시 모순적이다. 실재를 이야기 하는 이들도 인간, 당신도 인간. 타인을 갈망하며 인정받고 싶은 마음, 성적 욕망과 광기에 휩싸이는 우리 모두 인간. 애초에 논리적이지 않으니 자기파괴를 할 이유도 없다. 슬픔, 고통, 모두 버리고 발가벗고 산다. 모순 덩어리 인간들, 죽은 인구까지 합치면 셀 수 없는 이들이 집단으로 뭉쳐 이뤄온 광기의, 종잡을 수 없는 현대 사회 속에서 역시 모순 덩어리 인간으로 태어나 고통 받는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자. 쳤으면 시원하게 똥을 싸고 웃으면서 성기를 문지르면 된다.

 

무엇이 삶이고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간다든지 존재의 의미라든지, 영화와 말 뿐인 허상에 귀의하지 말고 현재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이 영화를 만든 감독도 배우도, 이 평을 좋다고 쓰고 있는 나도 이 글도 허영심에 쓰는 것이니 알아서 해석하시라. 허영심이라고 생각하는 너도 언젠가는 너가 아닐 수도.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인지하고 해석하는 자아도 허상이니 불태워버리라. 

 

이미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 생각보다 서사도 있고 직관적이어서 포스터의 문구처럼 충격적이라거나 나와 맞지 않는 영화는 아니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할 말 많은 이미지들이 나오는데 화장을 진하게 한 두 마돈나의 손톱 장식을 떼고 화장을 지우고 머리를 깎는 첫 장면이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돈 주고 볼 영화는 아닌데 투자를 어떻게 받았는지 전혀 모르겠다. 감독이 원래 부자라서 사비를 들여 만들었다거나. 아니면 이 영화에 큰 금액을 주면서 고평가를 하여 허영심을 채우려는 모순적인 인물들 덕분인가. 영화의 이미지가 정말 잘 표현했다고 칭찬하고 싶지만 뭘 잘 표현한 건지 말로 떠오르지도 않고 이미지로 표현한 걸 굳이 글로 쓰는 것도 어불성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