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행기 - 뮌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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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여행기 - 시작
"독일로 여행을 갔어요. 철이 없었죠.... 맥주가 좋아서 여행을 갔다는 것 자체가." 내가 맥주를 좋아한다고 하면 보통 들어오는 질문이 있다. "무슨 맥주 좋아하세요?" 그러면 나는 항상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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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여행기 - 도착 ~ 슈투트가르트
계획 이후엔 희망 뿐 몇 달 전 나는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눈 여겨 봤던 맥주가 아닌 다른 것은 고성, 수도원 등이었다. 그래서 독일에 있는 좋은 성들을 찾아봤고 그 중 리히텐슈타인 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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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여행기 - 슈투트가르트 ~ 뮌헨
슈투트가르트이전 이야기나는 한국 시간으로 10월 1일 목요일 밤을 새고 다음 날 아침 10시 인천에서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얀이라는 아저씨의 차를 얻어타고 하일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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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여행기 - 뮌헨 1
이 날은 10월 4일로, 뮌헨에서의 온전한 첫날이다. 숙소에서 일어나서 조식을 먹었다. 조식은 각종 빵, 치즈, 우유, 소시지 등이 있는 뷔페였다. 첫날에는 잘 몰라서 따로따로 먹었지만 다음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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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가 잘 받는 내 체질 상 맥주를 마시고 숙취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이전에 부산에 이틀 간 펍크롤을 갔을 때도 멀쩡했다. 이 날의 숙취는 정말이지 압도적이었다. 하루 종일 갔으니. 나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12시까지 골골 대기만 했다. 또한 술을 먹는 것은 행복감을 대출 받는 것이라서 우울감이 찾아왔다. 더군다나 난 혼자였기 때문에 이것을 주체하기가 어려웠다. 아마 이때는 한국이 토요일 오후 쯤이라서 여자친구랑 전화도 했다. 나는 이런 악조건을 이겨내고 12시 쯤 손맥주 님이 말했던 아잉을 갔다. 내가 독일에서 좋아하는 맥주 중 하나가 아잉거인데, 이것은 뮌헨 동쪽의 아잉이라는 마을의 작은 양조장에서 만드는 맥주다. 아잉거 하면 바이젠이기 때문에 또 가서 마시기로 했다. 이 날은 10/5일 토요일이다.
차를 타고 한 40분 정도 달려서 아잉이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거기에 가면 아잉거 로고에 나오는 성당이 있다고 했다. 내가 이런 걸 못 참는다. '아잉에서 아잉거 마시기' 이거는 버킷리스트에 기재되자마자 완료한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이세를 제치고, 여기서만 마실 수 있다는 아잉거 150주년 기념 알트 둥켈을 마셨다. 정확히는 Ayinger Naturtrübes Altbairisch Dunkel이다. 근데 크게 와닿진 않았다. 심리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요리도 나왔는데 정확히 이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독일은 뭐든지 감자, 갈색소스 고기, 마스잔 맥주 뿐이라는 것을. 좀 늦게 눈치 챈 감도 있는 거 같은데, 이전에는 이게 좋았지만 이때부터 좀 싫증이 났다.
이때도 비가 왔는데 그래도 아잉거 성당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을 찾으려고 엄청 돌아다닌 기억이 난다. 앞으로도 가보고 뒷문으로도 가보고. 성당은 묘지랑 같이 있었다. 아잉거 식당 옆에는 호텔도 있어서, 호텔에서 6병 선물세트를 샀다.
푸른 하늘은 아니고 우중충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한 장 찍으니 마음이 좋았다.
아잉거에 다녀와서 체력이 방전돼서 또 자다가 밤 10시 정도 나와서 어떻게든 파울라너 바이젠 하나는 마시겠다 생각했다. 식사를 하려고 갔는데 식당은 당연히 닫혀 있었고 맥주만 제공이 가능했다. 이때가 참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게 여행의 중간 지점이다. 어제의 과음으로 체력은 없고 맥주와 음식은 질리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제 3박 4일 밖에 안 됐는데, 이전에 삿포로에서 동일한 기간 동안 맥주 여행을 했을 땐 이러지 않고 좋기만 했다. 음식과 맥주 차이가 크다. 일본에선 정말 다양한 맥주와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비슷한 문화권이었지만 독일은 완전히 다르다. 나를 만족시키는 음식이 되너 케밥 밖에 없었으니...
이 날도 굶주림과 우울감을 이기기 위해 되너 케밥을 들고 와서 먹었다.
되너 케밥은 정말이지 신이 주신 음식인 것인가? 한국에서 화교들이 한국에 적응하면서 중국 음식을 개조해 짜장면을 만들어 팔았듯이 되너 케밥은 터키인들이 독일 사람들 먹기 좋으라고 개조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짜장면과 달리 이 되너 케밥은 독일 음식이냐 터키 음식이냐 말이 많던데 그런 건 관심 없고 이것은 정말 대단한 음식이다. 내가 독일 음식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대충 먹어도 이렇게 맛있는데 본토 음식은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세계 3대 미식 국가를 뽑으라면 보통 중국, 프랑스, 터키를 뽑던데 과연 최약체가 이정도면 리스트에 들만도 하다.
독일 가기 전 먹을 거리나 할 거리들을 찾다가 독일에 살던 경험이 있는 내 회사 동기에게 추가로 물어봤는데, 음식에 관해서는 되너 케밥만 먹으라는 말만 했다. 가기 전에는 그게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다. "에이, 그래도 독일에 가면 독일 음식을 먹어야지. 슈바인학센, 슈니첼... 그리고 또 뭐 있어?" "되너 케밥 먹어. 되너 케밥 맛있어." 내가 검색을 못하는 게 아니라 진짜 슈바인학센이랑 슈니첼 말고 없던 것이었고, 그 외에 먹을만한 건 되너 케밥 뿐이다. 라이프치히에서 먹었던 고오급 파스타랑 뉘른베르크 소시지 이외에는 음식으로는 되너 케밥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