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H
포시즌스 찰스H, 2023/04/23
맨하탄은 기술의 칵테일이다. 빌드 기법의, 그렇게 귀하진 않은 술을 사용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버번을 사용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스터하는지에 크게 좌우된다.
체리를 안 좋아하나 달콤하고 부드럽게 마치 단단한 크림처럼 녹아내리는 식감은 환상적이었다. 칵테일에는 빈 곳이 없이 꽉 들어차있으며 입술을 갖다대면 물이 아닌 푸딩을 먹는 듯 단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놀라 플라이트는 세 종류의 맨하탄 바리에이션을 선보인다. 왼쪽부터 1, 2, 3번이며 마실 때는 반대로 마신다. 향이 점점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1. 뷰 카레
꼬냑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로 좀 더 단 맛이 난다.
2. 델라 루이지앵
돔 베네딕틴이 들어가서 약초 향이 세다. 약국에서 맡을 만한 향신료 냄새가 난다. 단 맛은 잘 없다. 솔직히 별로였다.
3. 클래식 맨하탄
맨하탄은 여기서는 좀 다르게 스위트 베르무트와 로소 베르무트를 둘 다 사용하고, 앙고스투라 비터스와 더불어 오렌지 비터스를 추가한다. 체리와 같이 음용했어야 하는데 맨하탄을 즐기다 까먹고 마지막에 따로 먹은 게 아쉽다.


찰스H는 항상 붐비는 곳이다. 처음 갔을 땐 웨이팅이 길어서 못 갔고 오늘 갔을 땐 바가 다 예약이 되어 있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테이블에 앉자 브랜디와 한라봉 껍질, 보리차를 섞은 웰컴 드링크와 타르트의 모양을 한 카프레제가 나왔다. 웰컴 드링크는 부드럽고 향긋했고 고객 경험의 시작부터 신경 썼다는 것이 많이 보였다. 아쉬운대로 바텐더를 보기라도 하려고 바에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매니저로 보이는 분이 예약 시간 전까지 바를 이용해도 괜찮다며 자리를 바꿔주셨다. 괜히 민폐를 끼친 게 아닌가 죄송했다.

안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이 손님을 대접하는 기술이 능숙했다. 다 알면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매니저와 바텐더 분들은 내 칵테일에 대해 설명해주고 입에 맞는지 물어봐주셨다. 매니저에게 내가 클래식 맨하탄이 제일 입에 맞다고 하자, 주문하시면 만들어드릴 수 있다고 했다. 클래식 맨하탄은 사실 메뉴판에는 없는 것이다. 매니저가 내게 묻지 않았다면 나는 그것을 새로 주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존 세 맨하탄은 이미 만들어져서 병에 보관 중인 것을 서빙하는 것이었으나 나는 새로 스터 해서 만들어달라 주문했고 나는 바텐더와 대화하며 나를 위해 만들어진 클래식 맨하탄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기술 좋은 바텐더가 최선을 다해 만든 칵테일을 맛봤을 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기술을 배운 날이었다. 돈은 더 썼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4월 23일은 프랑스 출신의 유명 바텐더 니코 데 소토가 초청되는 날이었다. 20시 30분부터 시작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회사로 가는 버스를 탑승했어야 했고 또 내 자리에 그때부터 예약이 잡혀있었다. 그래도 지나가면서 그가 쉐이킹할 때 나는 엄지를 치켜올렸고 그는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