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 레겐스부르크
이날은 10월 7일 월요일이다.
원래 갈 예정은 아니었지만 회사 동료가 보내준 '발할라'라고 하는 신전의 사진을 보고 여길 가보기로 했다. 발할라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천국 같은 곳이고, 여기서 말하는 것은 바이에른 국왕 루드비히 1세가 레겐스부르크에 만든 명예 독일인의 전당이다. 내가 독일인도 아니고 명예로운 독일인들을 보러 간 것은 아니고 그저 건물의 위엄과 경치가 좋아서이다. 무엇보다도 이는 다나우 강이 흐른다. 다나우 강을 보며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푸른 도나우 강을 듣고, 발할라에서 바그너의 'Ride of The Valkiries'를 들으면 정말 멋있을 것 같다.
사진으로는 그냥 신전인데 이게 크기가 엄청나다. 밑에서 찍어서 위에가 잘 안 보여서 그렇지 저게 다 사람 하나 높이라고 보면 된다. 저게 저렇게 높은데 못 떨어지게 막는 울타리 하나 없이 바닥에 흰 줄 하나 있고 '여기 넘어서지 마시오'라고 적혀있다. 더 밑에서 보려고 내려가는데 계단이 하도 많아서 무릎 아파 죽는 줄 알았다.
안에도 들어가볼 수 있는데 말 그래도 유명한 독일 출신 인물들의 흉상이 전시되어 있다. 독일인들이라면 뭔가 여기서 자긍심을 얻을 수 있겠으나 나는 딱히 별 느낌 없었다. '이 사람 있나? 있네!' 정도의 느낌이었다.
웅장함과 한적함을 뒤로 하고 다시 차로 달려서 뉘른베르크로 향했다. 뉘른베르크는 첫날 얀의 여자친구가 추천해줬던 역사적인 지하 맥주 창고 견학을 하러 가는 것이다.
뉘른베르크
이곳은 뉘른베르크에 위치한 Hausbrauerei Altstadthof 이다. 뉘른베르크는 전쟁에도 살아남은 구시가지 건물과 마을로도 유명하지만 로트비어(rotbier)로도 유명하다. 로트비어는 빨간 맥주라는 뜻이다. 붉은 몰트를 이용하는 맥주로 일반 라거보다 좀 더 비스킷 맛이 더 많이 난다고 한다. 이것을 시도하러 왔긴 했지만 그렇게 고소한 맛이 강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라거라서 에일보다는 약하고 잔향도 적어서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꽃은 이것이 아니라 이곳의 프랑코니안 라거, 켈러비어였다. 이때 이 지역이 맥주 여행의 최고점이 될 것이라고 직감했다. 이곳의 켈러비어는 정말 내가 원하던 몰티하고 묵직한 라거의 맛이었다. 탄산감은 적지만 그만큼 쉽게 넘어가고 신선한 몰트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엔 홉이 펑 터지듯 올라오며 마무리가 된다. 나중에 듣기를 이것은 생홉만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맛이 재현이 가능하다고 했다.
사진은 앞에서부터 켈러비어, 오리지널 로트비어, 로트바이세이다.
뉘른베르크하면 또 뉘른베르크 소시지다. 독일에서 먹어보는 감자 혹은 갈색돼지고기가 아닌 맛있는 무언가다. 아주 짜지만 강하고 복잡한 향신료가 입맛을 돋구었다. 엄청 맥주를 들이키고 싶었지만 이날의 최종 목적지인 밤베르크로 또 가야했기에 조금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독일 여행을 하다 보니 뜨끈한 국물이 엄청 땡겼다. 그래서 그나마 묽은 스프를 찾은 것이 이곳의 스프이다.
이 양조장에서 지하 창고 투어가 시작된다. 뉘른베르크는 불이 날 것을 대비해서 양조장들끼리 지하굴로 다 이어놨다고 했다. 그리고 맥주를 서늘하게 보관하기 위해서도 이 지하를 사용했다. 실제로 저 좁은 통로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엄청나게 넓은 공간이 나온다. 그리고 심지어 그런 공간이 지하 3층까지 있다. 지금은 맥주를 보관하고 있지는 않고 견학 장소, 그리고 공포 체험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지하에 있는 지하동굴 - 양조장의 모형이다. 뉘른베르크 사람들은 이 구조를 통해 자동 공기 순환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붕을 높게 지어놔서, 태양이 비치는 쪽은 온도가 높아져 주변 공기가 아래로 내려가게 되고, 해가 지면서 반대쪽을 비추게 되면 원래 해가 비치던 곳은 상대적으로 추워져서 공기가 다시 올라오게 된다. 이를 통해 공기가 아침에 들어왔다가 밤에는 다시 나가게 된다.
이것은 뉘른베르크에서 1293년 공표된 맥주 순수령에 대한 이야기다. 1516년 빌헬름 4세가 공표한 것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이전에 각 지역에서 알아서 이것에 따라 맥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저 육각성은 유대인이 아니라 맥주 재료를 의미한다. 물, 몰트, 홉이다.
맥주가 저장되는 것을 재현한 것이다.
공포체험으로 쓰는 곳이라는데 여기서 불 다 꺼놓고 음식 먹는 체험도 진행한다고 한다. 사진은 밝게 나왔는데 실제로 밝은 건 아니고 아이폰이 밝게 보정한 것이다.
동굴에서 나오자 안에서 봤던 육각성이 보였다. 육각성이란 쉽기도 해서 특정 문화에서만 등장하는 건 아니다. 유대인의 것과 의미는 다르지만, 그래도 같은 기호를 사용하는 민족을 그렇게 학살했다는 아이러니가 느껴졌다. 저걸 조이글(zoigl)이라고도 하는 것 같다. 동독이나 체코에서 많이 보이고, 맥주를 양조하고 서빙하는 방식을 의미하며 특정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을 조이글 비어(zoigl bier)라고 한다는데, 뉘른베르크에서 본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른다.
뉘른베르크의 양조장에서 나와 뉘른베르크 성에도 가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오직 맥주만 보고 온 거지만 동네 건물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프랑스와 영국과는 아주 다른 건물 분위기인데, 동화 속에 온 것 같다. 영국과 달리 가톨릭이 많은 독일에는 좋은 성당도 많다.
오래된 도시라 그런지 중세 카톨릭 유적들이 많이 보였다.
비가 좀 오기 시작했다.
좀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발이 너무 아프고 렌트카 반납 시간이 다가와서 밤베르크로 향했다.
밤베르크 SIXT 반납 장소에 도착한 시각은 17:50분이었다. 이곳 영업소는 16:30에 닫았을 것이다. 그래서 안에 아무데나 주차해놓고 키를 반납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워놓고 반납했다. 내가 달린 거리가 자그마치 964.7km다. 이걸 5일 동안 다녔는데 대충 하루에 200km 씩은 운전한 꼴이다. 독일 고속도로도 원없이 달려보고, 뚜껑도 따보고, 비도 맞아보고, 240km로도 달려보고, 온갖 곳을 다 갔다.
밤베르크
이곳은 밤베르크에서의 숙소다. 이전에 슈투트가르트에서 뮌헨으로 향하는 길에 방문한 수녀원 숙소와 똑같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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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와서 알게 된 것은, 여기는 구도심이라 맥주집이 현금만 받는다. 50유로 이상만 카드로 받는단다. 이때는 내가 현금이, 그러니까 내 통장 잔고에 있는 것까지 모두 바닥이 난 상태여서 맥주를 먹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주식을 일부 팔았다. 이날은 주머니에 좀 있던 동전을 털어서 숙소에서 켈러비어를 사마셨다.
독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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